오시비엥침(Oswiencim)은 폴란드 남쪽에 위치한 작은 도시(또는 마을)이다. 폴란드는 아주 넓은 나라(대한민국의 세배 면적)이기 때문에 폴란드 여행자들은 수도 바르샤바(Warsaw) 위주로 방문하게 되고 다른 지역은 차로 이동이 쉽지 않다.
오시비엥침을 방문하려면, 바르샤바에서 차로 4시간(330km) 정도 이동을 해야 한다. 비행기로 인근 크라코프(Krakow)로 이동 후 다시 차로 1시간(60~70km) 정도 이동을 해야 하니, 거리상으로는 서울에서 대구까지 이동하고, 렌트해서 한시간여 가야 하는 밀양, 함양 뭐 이런 느낌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폴란드는 2주간의 짧은 출장으로 가게 되었다.
출장으로 방문한 곳은, 저 오시비엥침보다 더더더 시골인 라브카(Rabka), 폴란드 안에서도 유명한 휴양도시라고 한다.
(이 작은 도시에는 한국 사람은 나뿐일 거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곳에서 주말을 무얼 하며 보낼까 알아보다, 오시비엥침에 이르게 된 것이다.
오시비엥침, 이곳은 역사적으로 중요하게 기억되고,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오시비엥침의 독일식 이름은 아우슈비츠(Auschwitz).
2차 세계 대전 독일군에 의해 운영된 40여개의 유대인 수용소 중 하나가 위치해 있는 곳.
라브카(Rabka)에서는 차로 1시간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어서 내 입장에서는 주말 방문할 곳으로 딱 적합했다.
관광 안내센터에서 여러 나라의 언어로 진행되는 tour 예약 및 티켓 구입이 가능했다.
와서 알게 되었지만, 방문객이 볼 수 있는 곳은 2개의 사이트가 있었다. 아우슈비츠 비르케나우 1, 비르케나우 2 수용소.
두 곳 사이에 거리가 꽤 되기 때문에 그곳 사이를 왕래하는 무료 버스도 운영된다.
이곳 방문한 시기가 5월 중순이었는데, 분명 수용소 안내에는 한국인도 많이 방문한다고 적혀 있는데, 한국인 관광객은 거의 못 본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선지 한국어 tour는 없었던 것 같다. 더 자세한 정보는 여행사나 수용소 홈페이지를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Tour가 진행되는 곳은 비르케나우 1 수용소이다.
Tour 시간이 오후 시간이라, 먼저 비르케나우 2 수용소터를 먼저 둘러본 다음 다시 비르케나우 1 수용소로 돌아와 tour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비르케나우 2 수용소 터에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엄청나게 넓다는 것이다.
하필이면 날씨는 어찌나 좋은 지 현장에서 어둡게 가라앉는 감정과 대비되었다.

당시 기차를 통해 입소하게 된 유대인들이 가스 챔버에 안내되어 학살 당하고, 살아남은 이들이 살아가던 수용소 터가 당시 독일군이 훼손해놓고 떠난 이후 거의 그대로의 원형을 보존하고 있다. 가로 세로가 직선거리로 족히 1~2km 는 되어보이는 넓은 평지, 아름다운 자연 속에 불과 75년의 세월만 거슬러 올라가면, 인류 역사상 가장 비참했던 현장이 이곳이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잠기고 잠긴다.

곳곳에 당시 생활이 어떠했을 지 유추할 수 있을 설명이 되어 있다.
당시 바로 이웃에 살고 있었던 사람들은 대부분 바로 옆 이 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숲속 무너진 가스실의 흔적에서는 지금도 연기가 새어나올 것만 같은데, 깊은 숲속의 명랑한 새소리는 극명한 대비를 이루면서 나에게 지워지지 않을 기억을 남겼다.
<당시 숲속을 거닐다 녹음한 새소리>
점심 시간이었지만, 그닥 배가 고픈 느낌이 아니었다. 비르케나우 1 수용소에서의 tour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워낙 넓은 지역이고,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 안배를 잘 해야 했다.
Tour 가 시작되는 정문에는 수많은 그룹의 방문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고, guide tour는 여러 언어로 제공되는데, 각기 시간에 맞추어 정해진 사이트들을 도는 방식이었다. 비르케나우1 수용소는 이미 감옥이었던 곳을 개조하여 수용소를 만든 곳이라 2수용소에 비해 공간적으로는 작은 편이었다. 당시 사람들을 수용했던 수용 공간은 건물별로 여러 주제로 수용소의 참담한 현장을 전시해 놓은 박물관 형식으로 꾸며져 있었다.

1940~1945 사이에, (최소) 1,300,000명이 이 수용소를 거쳤으며, 이 중 1,100,000여명이 유대인, 나머지는 폴란드인, 집시, 소련의 전쟁 포로, 다양한 국가의 전쟁 포로였다고 한다. 1,100,000여명이 이곳 아우슈비츠에서 죽음을 맞았고, 대부분은 가스 챔버에서 죽임을 당했다.
각 건물에는 학살된 유대인들의 당시 유류품, 압수품들과 당시 비참한 수용 현장, 피해자들의 증명 사진 등이 잘 전시되어 있다. 죽임 당한 이들의 머리카락, 안경, 구두약, 신발등이 수북히 쌓여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무고하게 죽임을 당한 것일까? 일부 전시물은 촬영을 정중하게 금지하고 있었다.


Tour가 끝나기가 무섭게 하늘이 어두워지고 우박을 동반한 비가 쏟아져 내렸다.
70여년 전 이 수용소 안의 사람들은 날씨가 좋던 좋지 않던, 저 철장 안에 갇혀 자신의 죽음을 기다려야 했을 것이다.
너무나 현장감 넘치는 자세한, 때로는 너무나 친절한 설명과 묘사들에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수많은 생각들을 이곳에 어떻게 표현할수 있을까?
방문 이전과 이후가 너무나 달랐던 여행지가 바로 오시비엥침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한동안 여행을 다닐 때는 즐거움을 추구하며 여행지를 골랐던 것 같은데 우연히 방문한 곳 치고는 너무나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한 여행이었다.
역사와 인간에 대한 생각 자체를 바꾸어 놓을 여행지를 고르고 있는 사람이라면, 폴란드의 작은 도시 오시비엥침의 방문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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